물리, 그리고 명제
우리는 어떤 명제를 받아들이고 어떤 명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저런 명제가 참이 되기를 바라거나 싫어하거나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 이를 두고 우리가 명제에 대해 태도를 갖는다고 말한다. 더욱 짧게 말해서, 우리는 명제 태도를 갖는다. 우리 사람은 지구에서 명제 태도를 갖는 유일한 생명 시스템이다. 우리는 명제 태도와 함께 살아간다. 앞에 놓인 액체가 사실은 순수한 물이라 하더라도, 이 액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오염 되었다고 우리가 믿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먹지 않는다. 그 액체의 물성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명제 태도가 우리 행위를 조절한다는 말이다. 사람은 특정 명제가 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를 위해 애쓰고 싸우고 심지어 목숨까지 무릅쓴다. 생명체가 명제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우주에서 매우 특이한 사건이다. 우리 삶은 온통 유전자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지배를 받는다. 이것은 쿼크와 렙톤과 게이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리 법칙에 따라 복제되고 작동하고 전달된다. 이 때문에 생명체로서 우리 삶은 내부 생체 기반과 외부 생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는 명제 태도를 갖기 때문에 유전자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지배에서 벗어날 약간의 자유를 얻는다. 왜냐하면 명제들은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입자들은 물리법칙에 따라 다른 입자들과 관계 맺으며 변화하지만, 모든 명제들은 논리 법칙에 따라 다른 명제들과 관계 맺으며 추론 되고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