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나
세상에는 혁명적인 발명품이 있다. 20대인 나에게, 가장 와닿는 혁명은 스마트폰이다. 몇 년 간 막 다뤄도 주인만을 바라봐주고, 언제 어디서나 한 손에 알맞게 들어오는 이 물건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스마트폰 없이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2016년 12월, 에어팟이라는 이어폰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당시 나는 줄 이어폰을 쓰고 있었고, LG 석유화학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나갔다가 부상으로 받아온 무선 이어폰을 책상에 넣어둔 채 안 쓰고 있었다. 무선 이어폰이 싫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무선이어폰을 착용하는 동안에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편리하기는 했는데, 매일매일 따로 충전해야 된다는 점이 불편했던 기억은 있다. 무엇보다 같이 대회에 나갔다가 같이 무선 이어폰을 받아온 태영이가 이어폰을 끼고 찍은 셀카 때문에 시각적인 충격을 받았어서 안 썼었던 것 같다. 태영이가 이어폰 하나만 귀에 꼽고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진인데, 아직도 그 어린 마음에 받았을 충격이 헤아려지지가 않는다. 모쪼록 줄 이어폰을 쓰던 나는 당시 타지에서 에어팟을 보자마자 구입했고, 얼리버드로서 잘 쓰고 다녔었다. 2017년 3월부터 송도에서 캠퍼스 생활을 하던 나는 송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에어팟을 쓰던 사람이었고, 이게 뭐냐며 묻는 친구들도 참 많았다. 한 번은 친구 여자친구가 나에게 연락이 와서 이어폰을 어디서 사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남자친구 생일 선물로 사주고 싶은데, 구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이런 저런 주위 친구들 반응을 본 나는 "아 이거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에어팟이 유행한다고 해서 내 인생에 바뀌는 건 없었다.
매스컴에서 한 동안 정말 홍보를 많이 했던 VR, 로봇강아지,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혁명"의 고민을 했었다. 에어팟과는 반대로 "아 이건 잘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게 차이다. 나의 촉에 들어오지 않는 이 제품들은 발명품이 생기더라도 내 인생에서 딱히 준비할 게 없었다.
chatGPT를 보면 아 얘는 진짜 나중에 무조건 뜨겠다, 내 인생도 좀 고민해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뜬다. 26살이다. 내 밥벌이는 내가 고민해야 하고 나의 결정에 나의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다. chatGPT 나중에 뜬다라, 아니 사실 이미 떴을지도 모른다. 근데 더 뜰거다.